
July. 2022
생두 시장은 지금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다. 뉴욕 가격은 현재 217다. 지난 한 달 동안 글로벌 경기 후퇴에 대한 우려와 미국 달러 강세에 따른 투기 자본의 이탈로 커피 가격은 등락을 거듭했다. 현재 커피자체의 펀더멘탈만 놓고 보면 가격과 관련한 특별한 이슈가 없다. 다만 인증 재고가 역대급으로 낮은 것이 잠재적 가격 상승 요인으로 남아 있다. 한편, 환율이 계속 오르고 있다. 이번주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이 예상대로 0.75로 발표되면서 시장의 불안정 요소가 제거되어 환율은 조금 내려가고 있다. 현재는 러시아발 유럽 가스 공급 변수가 시장에 영향을 미칠 큰 지정학적 변수로 남아 있다. 이번달부터 생두 수입의 부가세 및 관세 면제가 생두 가격 인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환율 상승분이 이를 꾸준히 상쇄시키고 있어 실제 로스터들이 체감하는 가격 인하 폭은 미미하다. 작년에 비해 생두 가격이 워낙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수확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이번 수확량에 대한 전망은 브라질 농업청, 생두 트레이더, 분석 업체 등 리포트 작성 주체에 따라 많이 엇갈리고 있다. 브라질 수확량이 커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생산과 공급, 소비 주체들의 이익이 걸려있는 만큼 다루기 예민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여러 의견을 종합해 보자면, 현재로서는 드라마틱하게 가격이 내려갈 요인은 없다. 하지만 점진적으로는 1달러 후반에서 2달러 사이로 수렴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콜롬비아는 과도하게 비가 많이 오고 습했던 기후 조건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 이는 당장의 수확량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현재 수확이 진행되고 있는 지역에서는 건조가 수월해져서 품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기후 조건이 지속해서 정상화된다면 다음 수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콜롬비아 내부의 커피 거래 가격은 여전히 높게 형성되어 있어 당분간 거래 가격 하락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전망이다.
이제 곧 8월인데 아직도 시장에는 중미 뉴크롭 입고가 상당히 지연되고 있다. 어쩌면 단순한 지연이 아닌, 국내 생두 수입업체에서 구매한 중미 뉴크롭 자체가 대폭 감소했을 가능성이 높다. 여러모로 올해 같은 커피 생두 시장은 처음이다.

이번 달에는 뉴크롭이 거의 쏟아져 들어왔다. 한꺼번에 도착한 생두 컨테이너들의 대금 결제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지만 뉴크롭이 몰려 들어오는 이 시절의 설렘은 매번 각별하다.
에티오피아
에티오피아 시다모 내추럴 생산자 로트가 다수 들어왔다. 품질은 전부 87점 이상이고 가격도 잘 나와서(16000-17500원)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깨끗하게 가공되어 플로럴하고 핵과류의 단맛이 뛰어난 로트들이다. 복합성과 시러피한 마우스필이 매력적이다. 싱글 오리진용으로 강추한다. 시다모 봄베 워시드(18000원)는 우리가 기대하는 이상적인 에티오피아 워시드의 느낌 그대로다. 플로럴, 클린, 베르가못, 쥬시, 조청, 복합성이 뛰어나다. 시다모는 국내에서 예가체프에 비해 덜 알려진 편이지만 색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 싱글 오리진용 에티오피아 워시드를 찾고 있다면 시다모 봄베를 강추한다.
기다리시는 분들이 많았던 리무가 새로 들어왔다. 데레사 툴루(14000원)는 내추럴과 워시드로 각각 들어왔다. 좋은 리무에서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진 커피다. 내추럴은 농밀한 단맛, 깨끗한 와이니, 묵직한 바디, 베리와 복숭아 등 가진 것이 많은 커피다. 특히 2차 크랙 전후(개인적으로는 그 이후)에서 엄청난 매력을 폭발시킨다. 개인적으로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좋아하는 커피는 언제나 리무다. 블렌딩에 적당한 양을 넣으면 단맛과 바디, 향미와 우유와의 조합, 이 모두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 거짓말 같지만 사실이다. 데레사 툴루 워시드는 리무 지역 커피답지 않게 플로럴한 산미와 쥬시함을 갖고 있다. 시다모와 예가체프처럼 빵빵 터지는 산미 스타일은 아니고 잘 익은 다양한 과일의 부드럽고 달콤한 산미를 갖고 있다. 그리고 리무 커피답게 실키한 바디를 갖고 있다. 배전도가 높지 않은 블렌딩에 쓰면 산미가 튀지 않으면서 풍부한 과일 맛을 내는데 제 역할을 해준다.
리무 압두레만 워시드(14000원)가 며칠 전에 들어왔다. 생산자 로트인데 데레사 툴루 워시드와 비슷하면서도 뉘앙스가 조금 다르다. 조금 더 플로럴한 느낌이다. 리무 워시드는 정말 오랜만에 구매했는데 다 이유가 있다.
예가체프 아리차 물루게타 트시게 생산자 로트(17500원)는 클래식한 예가체프 워시드다. 플로럴하고 베리와 핵과류의 단맛이 좋다. 아르시 불가 워시드(16500원)는 현재 리무를 제외하고 최고의 가성비를 가진 에티오피아 워시드 커피다. 플로럴, 쥬시 같은 전형적인 산미에 바닐라, 꿀 같은 뛰어난 단맛과 시러피한 바디를 갖고 있다. 구조감이 탄탄하고 밸런스가 좋아 싱글과 고급 블렌딩, 다양한 배전도 모두를 커버할 수 있는 커피다. 비엘양도로도 구매가 가능하다.
케냐
케냐 마이크로 로트 다수가 입고되었다. 가쿤두, 카간다, 카이나무이, 캄왕기, 뚱구리, 키아무구모(21000-23000원)의 AA/AB 로트들로 30kg 진공 포장이다. 도르만 제품이다. 품질은 올해 케냐답게 준수하다.
인도
인도 쉐바로이 힐스 아라비카와 아티칸, 아자드 힌드 로부스타가 들어왔다. 아티칸(12000원)은 올해 뛰어난 품질을 보여준다. 재배 고도가 높은 농장이어서 인도 커피임에도 꽤 좋은 산미를 보여준다. 쉐바로이 힐스(11500원)는 처음 구매하는 농장이다. 인도 최남단인 타밀 나두 지역에 있는데 낮은 산미와 농밀한 단맛, 묵직한 바디는 쉐바로이 힐스가 에스프레소를 위해 태어난 커피임을 웅변하고 있다. 다음달에 극소량이 입고될, 그러나 사실상 올해는 품절이라고 봐야 할 바드라 아라비카를 대체할 훌륭한 커피다. 아자드 힌드 로부스타(9800원)는 CxR과 로부스타, 두 가지 로트로 나누어서 판매하고 있는데 큰 차이는 없다. CxR이 살짝 더 산미가 있는 편이다. 최상급 스페셜티 로부스타다. 2차 크랙 넘어가는 블렌딩에 쓰면 진가를 알게 된다. 깊은 맛과 우유에 견디는 힘을 만들어 준다.
과테말라
과테말라 싱글 오리진용 마이크로 로트가 다양하게 들어왔다. 늘 인기가 좋은 라 메르세드(17500원)는 작년과 달리 와이니한 느낌은 많지 않지만, 여전히 좋은 품질이다. 다른 로트들(17500원)은 쥬시한 산미와 클린컵, 시러피한 단맛이 좋다. 아구아 티비아 게이샤(54000원)는 입고되자마자 품절 직전이다. 그냥 사면 된다. 타후무코(13500원)은 우에우에테낭고에서 온 뛰어난 스페셜티 블렌더로 훌륭한 가성비를 자랑한다. 비엘양도로도 진행이 가능하다.
온두라스
온두라스 마리사벨 블렌드(13500원)는 매년 일찌감치 품절되는 최고의 스테디셀러다. 올해는 작년보다 품질이 더 좋다. 30kg 진공 포장이라 보관성도 뛰어나고 훌륭한 가성비를 갖고 있다. 조청과 카라멜의 농밀한 단맛과 시러피한 바디, 베리나 적포도 계열의 산미, 클린컵까지 갖춰 최상급 스페셜티 블렌더이자 싱글 오리진으로 쓰기에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커피다. 보통은 블렌딩에서 맛의 중심을 잡는데 콜롬비아와 과테말라를 가장 많이 쓰지만, 같은 역할이라면 마리사벨 블렌드가 지금 가장 눈여겨볼 만한 커피다. 강추. 비엘양도도 가능하다.
코스타리카
코스타리카 마이크로 로트가 다수 들어왔다. 매년 거의 동일한 마이크로 밀에서 커피를 구매하고 있다. 대부분 스테디셀러라 기다리는 분들이 많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커피들이어서 쉽게 바꾸지 못한다. 엘사르 데 사르세로(15000원)는 늘 한결같은 단맛과 밸런스를 보여준다. 로스 앙헬레스 마이크로 밀의 벤다발(15000원)은 따라주의 고지대 커피인만큼 플로럴하고 쥬시한 산미, 클린컵, 복합성을 갖고 있다. 가장 전형적인 따라주 워시드 커피를 찾는다면 벤다발을 강추한다. 올해는 최고의 가성비마저 보여준다. 산타 로사 1900 마이크로 밀의 마초(17000원)는 마니아층이 존재한다. 다행히 올해는 작년보다 품질이 더 낫다. 역시나 고지대에서 재배한 코스타리카 따라주 워시드의 모범 같은 맛이다. 화사한 산미와 핵과류나 베리 계열의 향미, 클린컵, 복합성을 갖고 있다.
디카페인
콜롬비아 엘 파라이소 농장의 리치피치 디카페인(40000원)과 리치(40000원)가 입고됐다. 리치피치 디카페인은 디카페인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그냥 리치피치 그대로의 맛이다. 최고의 디카페인 생두가 아닐까 싶다. 올해 엘 파라이소 리치는 이전에 비해 향미의 밸런스가 잘 잡혀 있다. 예전에는 리치 향이 너무 과해 다른 맛들을 전부 덮어버리다 보니 오히려 쉽게 질리곤 했는데 이제 향미 밸런스가 꽤 조화롭다. 리치는 조만간 품절될 듯하다.

파나마
파나마 게이샤가 통관 중이다. 빠르면 8월 첫째 주에 입고가 가능할 것 같다. 올해도 역시 하트만, 아우로마르, 카르멘 농장의 내추럴과 워시드 로트들을 들여왔다. 올해 파나마는 작황이 좋지 않고 일찍부터 사재기 열풍이 불어 수량 확보가 쉽지 않았다. 가격도 많이 올랐다. 이번 입고분은 항공으로 들어왔다. 판매 가격은 13만-14만 원이고 15kg와 22.5kg 진공 포장이다. 품질은 작년보다 낫다. 게이샤다운 게이샤 로트들이다. 전부 88점 이상 나온다.
인도
인도 아라쿠 내추럴과 워시드 로트가 8월 중순에 입고된다. 품질은 괜찮은데 수확량이 너무 적어서 걱정이다. 조기 품절될 가능성이 높다. 다음달에 들어오는 바드라 로부스타를 제외하면 올해 인도 뉴크롭 스케줄은 이걸로 끝이다. 판매 속도로 봤을 때, 내년 봄까지 판매가 계속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에티오피아
에티오피아는 아직도 들어올 커피들이 많다. 현재 구지 워시드 및 리무 내추럴 생산자 로트들이 통관 중이고 다음주쯤 입고될 예정이다. 구지는 예가체프나 시다모와는 다른 구지만의 캐릭터가 있다. 플로럴하고 깔끔하며 좋은 허브를 연상시키는 맛이다. 많은 분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물루게타 문타샤 내추럴과 워시드 로트가 드디어 다음주 부산에 입항한다. 8월 중순에 판매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루게타 문타샤는 작년에 2위를, 올해는 1위를 비롯해 총 5개 로트를 CoE에 랭크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 커핑한 200여 개의 에티오피아 로트들 중 가장 점수가 높았다. 기대가 크다. 스테디셀러인 사무엘 데겔로 워시드와 게르시 내추럴은 이제 선적 스케줄이 잡혔다. 9월 초에 입고될 예정이다.
예멘
예멘의 마이크로, 나노 로트들이 다음주 주말에 입항한다. 8월 중순에 판매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대부분 하라즈 지역의 커피인데 매년 예멘 품질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작년보다 가격이 좀 올라서 아쉽지만, 소량 진공 포장으로 준비했다. 김명근 바리스타가 올해 바리스타 대회에 예멘 커피를 들고 참여했던 것이 다 이유가 있었다. 기대가 크다.
콜롬비아
콜롬비아 나리뇨, 우일라, 카우카 스페셜티 블렌더 로트들이 8월 중순에서 말쯤 입고된다. 콜롬비아 남부 지역은 일 년에 두 번 수확해서 매번 수확기에 맞춰 구매 스케줄을 짜고 있다. 모두 85점 정도의 뛰어난 품질을 갖고 있어서 싱글로 쓰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다. 가격도 나쁘지 않아, 13000원 이하가 될 것 같다. 마이크로 로트들은 계속 구매 리스트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온두라스
온두라스 파라이네마(리브레 셀렉션 및 마이크로) 로트는 현재 통관 중이고 8월 초에 입고될 예정이다. 올해 파라이네마는 작년보다 훨씬 품질이 좋다. 특유의 플로럴함과 조청의 단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일반 마이크로 로트는 9월 초에 입고될 예정이다.
코스타리카
코스타리카 라스 라하스 펠라 네그라 및 코르디예라 데 푸에고 무산소 로트들은 통관 중이고 8월 초에 입고될 예정이다.
엘살바도르
엘살바도르 산타 로사 파카마라와 놈브레 데 디오스는 8월 말에 입고될 예정이다. 올해 산타 로사는 CoE에서 2위를, 놈브레 데 디오스는 24위를 차지했다.
디카페인
디카페인 콜롬비아 리브레 셀렉션은 다음주에 입항해서 8월 중순 정도에 입고될 예정이다. 코스타리카 라리아 마이크로 밀과 과테말라 엔트레 볼카네스의 디카페인은 9월 초에 들어올 예정이다.
P.S.
팬데믹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경기가 살아나자마자 다시 팬데믹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제 다들 무덤덤한 편이지만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되면 당연히 경기에도, 특히 오프라인 커피 매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여러모로 쉽지 않은 한 해다. 대부분의 로스터는 껑충 오른 생두 가격에 적응을 마친 것 같다. 상황 파악을 끝내고 본격적이고 공세적으로 움직이는 업체가 부쩍 많아졌다. 하소연과 걱정 일색이던 로스터들의 상담 전화에서 이제는 결연한 의지와 기대가 느껴진다. 주어진 상황은 모두에게 공평하다. 활로를 찾는 것은 각자의 몫임이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전장으로 나서는 로스터들에게 필요한 것을 제대로 준비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로스터들을 응원하며 샘플 로스터와 커핑 테이블 앞을 떠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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