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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54, 커피의 기쁨과 슬픔

작성자 커피 리브레(ip:)

작성일 2023-03-23 09:43:40

조회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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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MONTHLY LIBRE

April 2023





ISSUE #54

커피의 기쁨과 슬픔







씨앗을 뿌리고 결실을 거두는 마음



4월의 절기인 곡우에는 모든 곡물이 잠을 깬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농번기에 접어드는 이 시기에 농가에서는 씨앗을 뿌리는 작업을 진행합니다. 우리나라와 계절이 반대인 중미는 요즘 한 해의 결실을 수확하는 중입니다. 수확기에 맞춰 리브레도 산지를 방문했는데요. 이번 <월간 리브레>에서는 산지에서 마주한 커피의 기쁨과 슬픔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가벼운 농담처럼, 때론 진지한 고민처럼 재밌게 읽어 주세요.





잘 알려지지도 잘 팔리지도 않는 두 나라



커피 리브레는 지난달 온두라스와 니카라과를 방문했습니다. 온두라스는 코로나 이후 4년 만에, 니카라과는 작년 가을 이후 첫 방문이었죠.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과 안부를 주고받고, 그동안 발전을 거듭한 농장의 모습을 둘러보았습니다. 팬데믹으로 이동이 멈췄던 기간에도 농장들은 더 나은 커피를 생산하기 위해 건조 시설과 창고 등을 새로 짓고 가공 설비와 기술을 개선했습니다. 파트너 농장에서 샘플을 커핑하며 지난해보다 더욱 맛있어진 커피에 감탄하고 있을 때 농부들은 눈을 빛내며 우리에게 이렇게 얘기했죠. “올해 수확량이 감소해서 걱정인데, 그래도 최근 맑은 날씨가 이어져서 내년에는 좋은 수확을 기대하고 있어. 새로 구매한 작은 땅에는 어떤 품종을 심으면 좋을까?”

모든 산지가 특별하지만, 온두라스와 니카라과는 커피 리브레에 더욱 각별한 곳입니다. 유명한 커피 산지가 많은 중남미에서 왜 하필 가장 잘 알려지지 않은 두 나라를 방문하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아마도 좋아서, 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커피를 향한 생산자들의 진심이 매번 우리를 그곳으로 이끌기 때문이죠.





The Best Parainema



이번 산지 방문에서 가장 뜻깊은 순간은 4년 만에 열린 <The Best Parainema>였습니다. 이 행사는 온두라스 커피협회와 우리의 온두라스 파트너 로니, 그리고 커피 리브레가 함께 조직하고 운영하는 대회입니다. 2019년에 1회를 개최했고 팬데믹으로 잠시 중단했다가 올해 다시 열게 되었습니다. 커피 리브레가 <The Best Parainema> 행사를 공동으로 주최하게 된 건 2017년 온두라스 방문 때 우연히 커핑 테이블에서 파라이네마 커피를 발견했기 때문이에요. 화사한 과실 향이 꼭 게이샤 커피 같았죠. 파라이네마 품종이라는 걸 알고는 그 자리에서 바로 엘 라우렐 농장의 오스카에게 가장 좋은 로트를 하나 준비해 CoE에 출품하라고 권유했습니다. 남은 커피는 리브레가 전부 구매했고요. 그해에 엘 라우렐의 파라이네마 커피는 91.81점이라는 높은 점수로 온두라스 CoE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올해 <The Best Parainema>에 올라온 커피는 감동스러울 정도로 멋진 커피가 많았어요. 230개 샘플 중 예선을 통과한 40개를 여러 국가에서 온 심사위원들과 커핑해 Top 10을 선정했습니다. 최종 순위를 결정하는 마지막 커핑에선 행복한 비명을 질러야 했어요. 엘 파라이소처럼 작은 지역에서 이렇게 다채롭고 놀라운 향미를 가진 단일 품종을 생산한다는 건 드물고 놀라운 일입니다. 리브레는 앞으로도 <The Best Parainema>를 통해 매년 더 좋은 품질의 파라이네마 커피를 만날 수 있도록 농부들과 함께 노력할 계획입니다. 많은 사람이 파라이네마 품종을 아는 그날까지 말이죠!






지식과 경험을 넘어



지난해 니카라과 CoE에서 1위를 수상한 엘 아비옹 농장은 커피나무 옆에 소나무를 심어 커피에 낙엽과 그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실 소나무 낙엽은 썩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땅을 산성화해 커피나무와 잘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사실이라 해도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 농장의 변수들은 상호 작용하며 예상과 다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엘살바도르에서 CoE 우승 기록이 가장 많은 산타로사 농장도 소나무 아래에서 커피를 기르고 있죠. 농장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뛰어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연은 종종 예측 불가능하고 우리의 지식과 경험을 넘어서기 때문입니다.

니카라과에서 브리드아줄을 운영하며 우리에게 ‘리틀 레드 라이딩 후드’라는 카보닉 마세레이션 커피를 공급하는 클라우디아와 팀 또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커피와 함께 항상 주변을 살핍니다. 화학 비료로 산성화되는 땅을 걱정하고 길에서 죽어가는 개와 고양이 수십 마리를 데려와 돌보고 있죠.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거주 환경과 삶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열심히 개선해 나가려 합니다.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곳은 많지만, 클라우디아와 팀처럼 선명한 철학을 바탕으로 운영하는 곳은 흔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영농 및 가공 기술을 교육 받은 소규모 생산자들이 2022 CoE에서 1위, 6위, 10위, 13위, 18위, 19위를 차지한 것은 대단한 성과이면서 동시에 그들의 방식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 주는 결과입니다.





빛과 그림자



어느 때보다 많은 주목을 받는 스페셜티 커피. 그러나 산지에서 만난 이들은 생각보다 얼굴이 밝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스페셜티 커피가 커피 세계를 구할 수 없다는 말을 시작으로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현실과 기후 위기로 인해 빈번하게 발생하는 자연재해, 심각해진 병충해를 걱정했죠. 세 배나 오른 비료 가격도 농부들을 한숨짓게 하는 요인입니다. 산지에는 여러 어려운 일들이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스페셜티 커피에서 성장과 희망을 기대할 수 있는 건 사람들 덕분입니다. 운 레갈로 데 디오스 농장의 루이스 알베르토는 큰 규모의 농장을 운영하면서도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세심하게 모든 가공 과정을 관리합니다. 품질에 대한 그의 열정에 감탄하고 있을 때, 루이스는 오히려 다른 산지는 어떤 방식을 도입하고 있는지 우리에게 묻습니다. 발전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는 그의 옆에는 어느새 아들이 함께하고 있었죠. 초등학생이던 생산자의 자녀들은 어느덧 훌쩍 자라 함께 일하는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농장 일을 물려받고자 하는 그들의 의지에서 젊음의 열정과 에너지가 느껴졌습니다. 스페셜티 커피의 품질, 지속가능성, 가치는 결국 사람이 만들어 간다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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