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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55, 박의 여정

작성자 커피 리브레(ip:)

작성일 2023-04-14 15: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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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MONTHLY LIBRE

May 2023





ISSUE #55

박의 여정







박의 여정



에디터 박입니다. 모든 것을 등지고 떠나겠다며 사라졌는데, 절이 좋아 다시 리브레에 돌아왔습니다. 다이어트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아직도 커피는 어렵습니다. 월간 리브레는 알아서 쓰라고 하시기에 열심히 알아서 써보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에디터 박이 무엇을 하고 지냈는가. 가 이번 호의 주제입니다. 저는 퇴사를 했고, 여행을 다녀와 이직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퇴사, 여행, 리브레로 돌아왔지요. 무직자 신분은 쉽지 않았고, 그럴 때마다 리브레 인스타그램에 누군가 남겨주신 댓글을 곱씹었습니다. “뭔가에 몰두하고, 자연 속에서 멍때리고, 끝내주는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나를 알아주는 사람과의 조용한 시간이 도움이 된다.”- 그 말처럼 저는 걷기에 몰두했고, 자연 속에서 멍때렸고, 끝내주는 리브레 커피를 마시며, 남자친구와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번 호는 철저하게 에디터 박 위주, 그동안 에디터 박은 무엇을 하고 지냈나? 를 따라가 봅니다. 언제나처럼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산티아고 순례길과 나초



정 많은 회사 리브레, 안 할래요. 일이 너무 어려워요. 하고 퇴사한 철없는 신입사원의 앞날도 축복해주었습니다. 산티아고로 떠나기 전 자취방으로 도착한 리브레 3종 택배(원두, 드립백, 나초)에는 찔끔 눈물을 흘렸더랍니다. 유럽 가면 물갈이를 한다지요, 저는 커피 갈이를 했습니다. 리브레화된 입맛이 유럽의 커피를 받아들이지 못했지요. 아침 6~7시에 일어나 10시간여를 걷는 강행군, 커피의 부재는 치명적이었고 나초는 훌륭한 선택이었습니다. 

10개 남짓 챙겨간 나초를 얼마나 아껴 먹었는지 모릅니다. 


1. 간편하게 휴대하고 2. 빠르게 만들어서 3. 쉽게 마실 수 있다 -


는 나초의 특장점을 온몸으로 체험했지요. 이제 저는 리브레 사장님에게도 나초를 팔 수 있습니다. 10시간만 함께 산길을 걸어주신다면요.





New People Old Coffee



그러니까 입맛이 문제입니다. 커피가 커피지, 했었는데 리브레에서 매일 마셨던 게이샤와 CoE 몇 위, 몇 위 하는 커피에 너무 익숙해진 거죠. 급기야 새 회사에선 제 커피 머신과 원두를 바리바리 들고 가 따로 커피를 내려먹기 까지 했습니다. 내가 생각해도 참 유난이다, 싶었는데. 어느 날 타 팀 과장님이 조용히 드립백 하나를 건네시더군요. 본인도 커피 참 좋아한다면서요. 그 과장님과는 힘들고 지칠 때, 또는 그냥 기분이 좋을 때에나 지루한 월요일에도 드립백을 주고 받았습니다. 드립백에 마음을 많이 담았던 날들입니다. 타지에 있는 친구에게도, 직장 동료에게도, 친척 어르신께도, 드립백 하나 쏙 건네곤 했었죠. 뜨거운 물을 붓고 기다리는 그 조용한 시간에 나는 나를 알아주는 사람을 생각했습니다. 이불킥이 일상이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여정이었다, 돌아보면서.





리브레의 사람들 인터뷰




To. 날씨를 나누는 사람들에게


안녕하세요. 말주변이 없어 매번 날씨 이야기만 하게 되네요. 그래도 함께 체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경험들은 저희 삶에서는 중요한 부분이잖아요. 그런 저희의 날씨들이 쌓이고 계절이 되어, 벌써 이곳에서 7번째 봄이 되었어요. 


바리스타가 저의 업이라고 생각한 건 입사하고도 2년이나 걸렸어요. 어쩌다 보니 운이 좋게 멋진 회사에 들어와 버렸는데, 제가 여기에 놓여도 되는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알다시피 이곳은 커피에 미친 사람들이 일하고 손님으로 오는 곳이잖아요. 도망가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것은 더 싫어서 오기가 생겼어요. 그러다 커피를 통해 계절처럼 매일의 변화를 체감하고 반복해 내가는 과정이 저에게 안정감을 주더라고요. 농사를 지어 본 적은 없지만, 커피 한잔에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수확의 기쁨을 매번 느낄 수 있는 즐거움도 있고요.


어릴 땐 누구나 그러하듯 저도 스스로가 반짝이는 빛이기를 원했지만, 지금은 멋진 통로가 되고 싶어졌어요. 스테인드글라스처럼 나를 지나는 빛들이 더 따뜻해지고 반짝여지기를 기대해요. 하지만 단순히 비어있기에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터널처럼 스스로에 대한 단단한 믿음을 세워놔야, 다른 것들도 의심 없이 오갈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멋진 바리스타가 되겠다는 것은 멋진 통로가 되겠다는 이야기에요. 누군가에게 커피는 하루의 위안이 되기도 하고, ‘인생 커피’가 되기도 하지요. 그것은 그들의 몫으로 두고, 저는 그 커피가 더 잘 도착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반영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힘 있는 커피도 중요하지만, 당신에게 와닿는 커피를 만들고 싶어요. 


요즘 유행하는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를 아세요? 저는 사소한 마음들이 쌓여서 삶을 이룬다고 생각해요. 세상은 익숙하게도 그런 마음을 아무렇지 않은 것으로 치부하지만, 제가 가진 그 마음이 꺾이지 않게 지켜주는 사람들이 있어 고마워요.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도, 따뜻한 손님들 모두!



- 커피리브레 연남점 윤혜진 바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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