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리브레

제목

ISSUE #67, 여행의 이유

작성자 커피 리브레(ip:)

작성일 2024-04-16 12:04:22

조회 336

평점 0점  

추천 추천하기

내용

MONTHLY LIBRE

May 2024






ISSUE #67

여행의 이유







Trinity



저는 언제나 커피 음료의 최고봉은 바닐라 카페라떼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커피와 우유의 조합도, 바닐라와 우유의 조합도, 바닐라와 커피의 조합도 훌륭하지만, 세가지가 만났을 때 비로소 피어나는 짜릿함이 있다고요. 3은 특별한 숫자입니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담아내기 뭐든 둘은 좀 부족하죠. 넷은 좀 넘치고요. 아침 드라마의 정수가 삼각관계에 있고, 편의점의 미학이 삼각김밥에 있는 건 우연이 아닐 겁니다.

여행과 책, 커피의 조합만큼 제 생각을 잘 뒷받침해 주는 예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5월은 제게 아주 특별합니다. 제가 몹시 좋아하는 김영하 작가님과 저의 직장 커피리브레가, <여행의 이유>를 테마로 협업을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매 순간 입이 근질거렸지만, 꾹 참았다가, 드디어 외쳐봅니다. "우리 협업했어요!"

이번 협업에서는 커피 리브레 고객을 위한 <여행의 이유> 스페셜 에디션을 비롯, 동명의 원두와 드립백도 선보입니다. 커피와 독서를 사랑하는 분이라면, 한정판 원두와 도서를 곳간에 쌓아두는 풍족함을 아시겠죠, 여행지에서는 뭐든 간편한 게 좋으니 드립백으로도 준비했습니다. 이 완벽한 3종 세트는 커피리브레 홈페이지와 스마트스토어, 각 매장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표지의 QR을 스캔해 보세요!






책과 여행



일상사가 번다하고 골치 아플수록 여행지의 호텔은 더 큰 만족을 준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그 문제들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고 나에게 그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할 것만 같다. 삶이 부과하는 문제가 까다로울수록 나는 여행을 더 갈망했다. <여행의 이유>- 김영하

인생 최초의 여행지는 호그와트. 눈을 감으면 덤블도어 교장이 연설하는 연회장과 퀴디치 경기가 열리는 회장, 조금 어둡지만, 안락한 그리핀도르 기숙사가 제게로 왔죠. 최근엔 무협지에 푹 빠져 조만간 꼭 중국에서 화산을 오르리라 다짐했답니다. 곡소리 나는 절벽이라던데, 외공을 단련해야겠군! 생각하면서요. 눈을 감으면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나의 세계, 책은 어디로든 향할 수 있는 황금 티켓 같죠.

<여행의 이유>는 저를 어디로 데려가 주었을까요. 이상하게도 열대 밀림 속이나 이국의 신전 앞이 아닌 하얀 침구가 폭닥한 호텔로 데려다주었습니다. 호캉스를 그리도 즐기던 시절, 도심 한가운데 틀어박혀 누워만 있는 게 뭐가 좋을까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했는데, <여행의 이유>를 읽고 나서야 제가 그저 일상의 문제로부터 잠시 도망가고 싶었다는 걸 알았죠.

눈에 불을 켜고 쫓아오는 삶으로부터 도망가있으면, 문득 다시 삶에 맞설 용기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토록 치고받던 삶이 오랜 친구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요. 멀리 도망친다고 생각하고 뛰어도 결국은 삶으로 돌아오는 길. 그리하여 삶은 여행이고, 독서는 삶의 좋은 동반자입니다.







여행과 커피



그러니까 10년 전 이탈리아 여행에서 가장 충격받은 건. 커피가 입에 안 맞는다는 거였습니다. 그때 제게는 커피의 취향이랄 것도 없었으니 콕 집어 뭐가 그렇게 안 맞는지는 몰라도, 아무튼 이탈리아 에스프레소는 제게 너무 강렬하고, 쓰고, 기름지고 그랬습니다. 그때 제게 설탕 한 스푼 휘휘 저어 단숨에 휙 들이키는 모던함이 한 끗 부족해서였을 수도요.

여행지에서 입에 안 맞는 커피를 마시는 것만큼 비극이 없습니다. 시각으로, 청각으로, 또 후각으로 촉각으로 낯선 풍경이 정신없이 쏟아지고, 발걸음은 한시도 쉴 새 없이 움직이죠. 그렇게 탈탈 털린 온몸, 카페에서, 호텔에서 좀 쉬어 주어야 여행을 계속할 수 있는데, 커피가 맛이 없다니. 사람이 앉아만 있다고 쉬는 것이 아니요, 입으로 카페인이 들어가 주어야 완전한 휴식인데요.

몇 번 데이고 나서, 저는 이제 여행을 갈 땐 드립백과 인스턴트 커피를 챙겨갑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에 들어와 내가 아는 커피를 마시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습니다. 낯선 장소에 내 일상이 함께한다는 건 큰 위안을 주는 일이거든요. 슬며시 덧붙이자면, 이번 <여행의 이유> 드립백은 독특하고 강렬한 느낌을 주던 언젠가의 리브레가 연상됩니다. 오랜 시간 리브레를 지켜보신 분이라면 진한 향수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적요한 세계의 일월



음식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본질적인 음식과 그렇지 못한 것이다. 즉, 배가 고프기 때문에 먹는 것과 기분이나 감정으로 먹는 것. 기분이나 감정으로 먹는 것이 '감정의 음식'. 커피는 후자에 속한다. 감정이 불러들이는 음식이다. 그러므로 감정이 변하면 그 맛도 변하게 되는 것이다. 

젊었을 때, 넘치는 정감이 기리던 커피는 이제 그 정감이 갈앉자, 맛도 변한 것이다. 허전하고 섭섭하고 쓸쓸한 커피의 맛. 그 세계. 커피의 맛이 허전해짐은 참으로 섭섭한 일이다. 이 적막하고 허전하고 고독한 세계야말로 내게는 벗어날 수 없는 숙명으로 백발의 세계요, 그 삶의 테두리다. 이 테두리 안에서 나의 적요한 세계의 일월이 도는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 박목월, 박동규







커피와 책



20대의 어느 무렵엔 갈 곳이 없었습니다. 그나마 공으로 시간을 때울 수 있는 곳이 도서관이었죠. 얇아서 한 권을 뚝딱 읽을 수 있는 책을 주로 읽었습니다. 그거라도 해야 뭐라도 한 것 같았거든요. <아버지와 아들>(박목월, 박동규)도 그렇게 읽게 된 책입니다. 부자간의 따뜻한 이야기도 물론 마음을 울렸지만, 이상하게 허전하고 섭섭하고 쓸쓸한 커피의 맛이란 표현이 오래 기억에 남더라고요.

커피 회사에 다니면서 커피가 섭섭한 맛이라거나, 쓸쓸한 맛이란 표현은 하지 않게 됐습니다. 대신 커피가 플로럴하다거나, 바디감이 좋다는 말을 하게 됐죠. <여행의 이유> 블렌드를 제작하면서 <아버지와 아들> 속 커피 묘사가 떠올랐습니다. <여행의 이유> 블렌드 후보로 올랐던 세 가지 블렌드는 각각 여행지에서의 설렘, 호텔에서의 편안함, 낯선 이국 땅을 표현했거든요. 회사에서 이런 식의 블렌딩과 표현은 제게는 처음이었습니다.

최종 선택된 <여행의 이유> 블렌드는 잘 쓰여진 여행기 같습니다. 코끝을 스치는 향신료의 향과 온통 낯선 질감이 오감을 파고들죠. 물밀듯 쏟아지는 이국의 풍경은 사람을 잠시 주저하게도 만들지만, 용기내 한 발 나아가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나와 세계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고 나면 이내 이 이해하지 못할 풍경에 매료되고 마는 것이죠!






첨부파일

비밀번호

비밀번호 입력후 수정 혹은 삭제해주세요.

댓글 수정

이름

비밀번호

내용

/ byte

수정 취소
비밀번호
확인 취소

WORLD SHIPPING

PLEASE SELECT THE DESTINATION COUNTRY AND LANGUAGE :

GO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