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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BC 2023에서 이질적이었기에 인상적이었던 두 가지 공략 메타

작성자 커피 리브레(ip:)

작성일 2023-05-02 22:4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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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공략 메타를 보기 전, 잠시 심사규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코리아 내셔널 바리스타 대회(Korea National Barista Championship, 이하 KNBC)는 세계 대회인 World Barista Championship(WBC) 규정을 준용한다. KNBC 홈페이지에 소개된 2023 규정집 13.1 평가기준 항목에서는 심사위원의 기대사항으로 다음을 소개하고 있다. 


A. 기술, 장인정신, 의사소통 및 서비스 기량을 갖추고 바리스타 직업에 열정이 있는 자 

Has a mastery of technique, craft, and communication and service skills; and is passionate about the barista profession.

B. 대회에서 제공하는 12개의 음료 외에도 커피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가진 자

Has a broad understanding of coffee knowledge beyond the 12 drinks being served in the competition.

C. 고품질의 음료를 준비하고 제공하는 자

Prepares and serves high quality beverages.

D. 타인에게 롤 모델로서 모범을 보이며 영감을 주는 자

May serve as a role model and a source of inspiration for others.


위 네 문구는 아마도 기술(art), 열정(passion), 지식(knowledge), 품질(quality), 귀감(paragon)의 다섯 단어로 뭉뚱그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잘 알려져 있듯이, 심사위원의 평가는 크게 센서리와 기술(테크니컬)의 둘로 나뉘고, 평가 형태는 예/아니오 및 수치(정확성, 인상, 경험에 대해 기본 6단계를 바탕으로 하되 전자 두 가지는 0-3점, 경험은 0-6점)이다. 테크니컬 항목은 실질적으로 예/아니오로 가를 수 있는 대다수 영역을 다루는데, 두 심사위원이 평가하고 평가표당 만점은 71점으로 중간합 142점이다. 센서리 항목은 예/아니오 단 하나(크레마 유무)를 제외하면 정확성(관능 속성이 설명대로인가), 인상(시연은 어떠했는가), 경험(실질적으로 품질)을 다루며, 네 심사위원이 평가하고 평가표당 만점은 166점으로 중간합 664점이다. 평가 내용을 약간 세부적으로 다룬 것은 위 네 문구, 혹은 뭉뚱그린 다섯 단어가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보기 위해서이다. 기술, 품질에 비해서 열정, 지식, 귀감은 측정 가능성 면에서 다소 어려울 수 있다. 이에 관해 설명하는 2023규정집 15.4.2에서 15.5까지 부분을 참조하면, 센서리 평가표 중 파트 IV및 파트 V가 이를 다루는 것으로 보인다. 각각 30점과 12점으로 평가표당 42점, 총점으로는 168점에 해당한다. 비중이 적지 않다.


바리스타 대회 속 공략 메타를 다루는 것은 다만 그 수치적 비중이 센서리에서 1/4, 총점에서 1/5 으로 높은 때문만은 아니다. 이는 대회가 진행될수록, 나아가 대회가 번성할수록 해당 부분의 실질적 중요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스페셜티 커피 산업이 발전하면서 추출 - 원두 - 생두 순으로 관심과 수준이 가시적으로 높아졌듯, 대회 또한 기술의 영역에서 호소의 영역으로 관심이 이동한다. 세계 대회에 올라갈 만한 바리스타는 기술적 수준에서 극에 달했다 볼 수 있다. 다만 몇 가지 실수가 볼링 점수처럼 곱하기되어 큰 차이로 나타날 뿐이고, 이에 대해서는 개인의 심신의 노력으로 마스터해야 할 부분이다. 결선에 오른 모든 선수가 거의 동등한 기술로 우수한 커피를 선보인다면, 이제 변별력을 보일 곳은 남은 부분인 열정, 지식, 귀감이다. 그렇기에 공략 메타의 중요성은 최종 승부의 장이라는 데 있다. 마스터하지 못한 실력에서는 공략 메타는 호소력이 없고, 마스터했으나 공략 메타가 부실하면 결실을 맺지 못한다. 


이 점에서 2023년 KNBC 결선에서는 두 가지 공략 메타가 눈길을 끈다. 둘 모두 5위와 6위로 이번에는 당연한 목표일 우승 및 세계대회 출전은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역으로, 프리젠테이션으로 나타난 두 바리스타의 공략 메타는 흥미롭고 또한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커피리브레 김명근 바리스타

"여러분, 로부스타 좋아하시나요? 저는 정말 좋아합니다." 

"하지만 스페셜티 시장에서 로부스타는 그다지 관심받는 종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다양한 커피를 다루는 바리스타로서 이제 로부스타에 대한 인식에 변화가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로부스타와 바리스타 대회와의 관계는 제법 모순적이다. 전세계 로부스타 비중은 40% 에 달하고, 로부스타 모두가 인스턴트로 빠지지는 않는다. 에스프레소용 블렌드 상당수엔 훌륭한 바디와 크레마를 더해 주는 로부스타가 들어 있고, 전세계 바리스타 중 많은 이가 그런 블렌드로 훌륭한 에스프레소를 추출한다. 그러나 바리스타 대회에서 로부스타를 사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평가표 당 66점, 총 264점에 달하는 관능 경험 평가를 만족시키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아라비카군 후보는 다양하고 또한 너무나 우수하다. 종의 관능 우열을 얘기하기 전에, 로부스타가 실제로는 온도에 민감한 종으로서 어쩌면 지금까지의 재배지는 자신의 품질을 표현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한 연구를 논하기 전에, 아라비카를 개선하기 위해 진행해 온 인간의 노력은 많고 길며 다채롭고 끈질기다. 그만큼 아라비카 쪽의 선택지는 많다. 그렇기에 상당수 바리스타 대회 진출자가 일상에서 씀직한 커피 대신 100% 아라비카에 희소한 품종을 들고 오는 것은 자연스럽다. 비록 그로 인해 수십억의 일반 커피 음용인이 일상에서 대회 에스프레소를 마시기란 거의 불가능하지만(이번 결선에선 경연 당 대회장에 참가한 최소 네 명씩은 음료를 마셨는데 어쩌면 이것이 끝일지도 모른다.), 이는 어느 정도는 최고를 뽑기 위한 대회의 숙명으로서 바리스타나 대회의 문제로 보기엔 가혹할 것이다. 


돌아와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명근 바리스타는 로부스타를 들고 온다. 독특한 것은, 그 로부스타는 통상의 편견을 극복할 정도로 엄청난 수확 전후 작업이 들어간 것은 아니다.  본질적인 의도는 어떨지 몰라도, 이로써 김명근 바리스타는 심사위원과 함께 일반적인 커피 추출 상황으로 회귀한다. 자신의 에스프레소와 에스프레소 베이스 음료는 언제나 고객에게 만족을 준다는 자신감으로 그는 15분 속 고객을 평상시처럼 대접한다. 고객이 만족하면 그는 우승할 것이다. 다만 이번 무대는 과락 없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합격을 내리는 자격증의 무대가 아니다. 고통스러울 수 있는 상대 평가로 우승을 차지해야 하는 무대이다. 여기서 로부스타는 만약 아라비카를 넣었다면 얻을 수 있는 점수보다 더 많은 점수를 끌어오거나, 최소한 아라비카만큼의 효용을 가져 와야 한다. 야구의 세이버매트릭스 개념을 빌리자면 Wins Above Replacement(WAR)가 충분히 높아야 한다. 김명근 바리스타의 로부스타 공략 메타가 풀어야 할 과제는 사실 여기에 있다. 공략 메타의 WAR 자체는 상당하다. 그러나 벌충하는 정도로는 불안하다. 그러므로 앞으로 그가 로부스타 주제를 더 이끌고자 한다면, 첫번째 과제는 완벽한 블렌드를 생산하는 것이리라. 두번째 과제는 우수한 로부스타를 소개하고 그 정보를 널리 알리는 것이 아닐까. 



모모스커피 고성운 바리스타

"~ 북극곰의 개체수는 2050년까지 약57%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직면해하면서도 외면해하는 바로 환경문제 때문이죠. 하지만 자랑스럽게도 우리 커피인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저는 오늘 환경 문제와 매우 직결되어 있으며 일상 생활에서 절약을 통해 아낄 수 있는 에너지에 대해 얘기할 것입니다."


고성운 바리스타는 지구 온난화라는 무거운 과제에 '미약한' 사람이지만 '영향력' 을 미칠 수 있는 바리스타로서 제안한다. 그는 지구 온난화에 대해, 15분의 시간에도 불구하고 동식물과 자연 나아가 인류의 위기를 모두 다루었다. 이를 위해 그는 평균 초당 9음절의 속도로 프리젠테이션을 채웠다. 아나운서의 가장 빠른 발음이 초당 10음절이라고 하니, 제대로 인식 가능한 수준에서는 최강행군을 한 셈이다. 이 점에서 그의 공략 메타에서 가장 눈에 띄는 흥미로운 부분은 엄청난 양의 정보 공급이다. 


그가 지금 대하는 사람들은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체로 공감하고, 응원, 관심, 심사 등 서로의 목적은 다르더라도 기꺼이 지구를 지키기 위한 활동에 동참할 용의가 있다. 다만 그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되 커피는 남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 그러나 환경 문제엔 초심자에 가까운 이들이다. 즉 고성운 바리스타의 이야기 상대방은 커피는 알지만 환경은 그렇게까지는 알지 못하는 이이며, 그렇기에 커피의 관점에서 환경을 볼 가능성이 농후한 이들이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커피를 환경보다 우위에 두거나, 또는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는 몰라도 커피를 이용해 환경을 보호(또는 다른 가능성을 생각할) 방법을 시뮬레이션하는 데 능한 - 즉 요모조모 따져 볼 가능성이 큰 - 이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짧은 시간 안에 공감대를 주기 위해서는(호소력은 이미 충분했다) 커피를 지키며 환경을 높이는 해법이 필요하다. 커피에 영향을 미치는 해법을 주장하는 순간, 아마도 상대방 머리 속은 "과연 그렇겠군" 하는 공감만이 나오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과연 그럴까?" 라는 의문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조심스레 짚어 본다. 이는 경연 속에서 공감 속 반론을 끌어낸다. 제시하는 내용이 많을수록 상대방의 배경 지식과 충돌하는 내용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의문은 토론을 이끄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경연의 최종 목표 중 하나는 최적화된 "찬성" 을 뽑아내는 것이다. 물론 토론의 시작을 토론의 마침까지 이끌기에 15분은 충분할 수도 있다. 다만 토론을 위해서라면 경연보다 나은 대체제가 많다. 



그렇다 할지라도, 두 바리스타 모두 바리스타 대회에서 잘 다루지 않으면서 가려진 부분을 다루었다. 생산자와의 연대, 고객과의 신뢰, 전문 직업으로서의 자부심 등이 바리스타 대회에서 잘 드러나고 밝은 부분이라면 로부스타와 환경 문제는 스페셜티 산업에서도 아직 본격 궤도에 오르지 않았거니와 바리스타 대회에서라면 더욱 15분의 대회 시간에서 표현하기 버거운 부분이다. 이는 선구적이지만 또한 틈새 영역이고 그렇기에 위험하다. 센서리 IV, V의 168점에 그치는 것이 아닌, 264점짜리 경험까지 함께 걸고 들어가는 승부이다. 두 바리스타는 위험을 감수했고 다른 쟁쟁한 바리스타를 제치고 결선으로 올라갔다. 이점에서 그들의 영웅적인 시도는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두 바리스타에게 축하를 보낸다. 그러나 사실, 당연하겠지만 그들은 그리스에서의 우승을 원했을 것이다. 이점에서 그들의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그들은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두 바리스타에게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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