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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ffee Forecast ─ 기후변화와 스페셜티 커피에 관하여

작성자 커피 리브레(ip:)

작성일 2023-06-07 13: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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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ENUEL 2023. 6월호, 서필훈 대표

The Coffee Forecast ─ 기후변화와 스페셜티 커피에 관하여



 커피 농사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8년 전 니카라과에 매입한 '핀카 리브레'라는 이름의 커피 농장을 경영하는 일은 애당초 낭만과는 거리가 멀었고 지금도 악전고투하고 있다. 농사의 어려움이야 익히 알려진 대로 셀 수 없지만 가장 큰 골칫거리는 기후변화다. 재작년 어느 새벽, 농장 매니저 에드윈이 다급하게 연락했다. 2주 간격으로 연이어 덮친 두 개의 초대형 허리케인으로 산사태가 발생해 농장의 가공설비가 토사에 떠내려갔다며 사진을 보내왔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설비를 복구하고 안전벽을 만드는 데 큰 비용이 들었다. 더군다나 수확을 앞둔 커피 열매들이 강한 비바람에 떨어져 수확량의 50%를 잃었다. 손해가 막심했다. 안 그래도 불안정해진 강수량과 강수 시기로 수확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어쩔 도리 없는 '자연의 힘' 앞에 나는 맥이 풀렸다. 보통 커피 생산자들처럼 내가 은행이나 지역의 대부업체로부터 커피 농장을 담보로 농사에 필요한 돈을 빌렸다면 나는 돈을 갚지 못해 농장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일 년에 한 번 수익이 나는 올해 농사를 망쳐서 다음 해 농장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지 못하면 내년 수확마저 위태로워진다. 최근 니카라과는 대형 허리케인의 빈도가 잦아 커피 생산자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점점 심각해지는 지구 온난화는 해수면 온도를 높여 중미 지역을 관통하는 허리케인의 빈도와 힘을 배가시키고 있다. 니카라과는 세계에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위험이 가장 높은 여섯 번째 나라다. 





위기의 커피


얼마 전부터 시중의 커피 가격이 계속 오름세다. 이유는 최근 세계 커피의 60% 이상을 생산하는 브라질, 베트남, 콜롬비아에서 기후 변화로 인해 커피 생산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과학원에 따르면 현재보다 기온이 2℃만 더 올라가도 중남미 커피 생산량은 2050년 최대 88% 감소한다. 1980년 이후 지금까지 지구 온도는 0.8℃ 상승했다. 국제 커피 기구(ICO)는 세계 커피 소비량이 매해 1%씩 증가하는 데 반해 커피 생산량 2위인 베트남과 인도, 인도네시아 같은 주요 커피 생산국이 위치한 동남아시아의 커피 재배 적합 농지는 70%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아프리카도 예외는 아니다. 그린피스는 2021년 발표한 '기후 위기 식량 보고서'에서 2080년이면 커피가 사실상 멸종할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커피가 멸종된다는 것은 현재 커피를 재배하고 커피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일자리도 사라진다는 의미다. 세계 커피 생산의 약 70%는 60여 개 국가의 소규모 생산자들이 담당하고 있는데 그 수는 약 25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기후 변화에 대응할 지식과 자원이 부족해 대농장에 비해 더 큰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커피는 기후변화에 민감한 작물이다. 온도뿐만 아니라 일조량, 강우량, 강우시기에 따라 품질과 생산량이 크게 좌우된다. 특히 커피 소비량의 약 70%를 차지하는 아라비카는 고온다습한 환경을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아라비카는 열대의 서늘한 고지대에서 재배하는데 기온이 상승하면 여러 치명적 병충해까지 창궐하기 시작한다.





커피도 탄소를 배출한다


  인간의 모든 생산·소비 활동은 불가피하게 기후 변화와 온난화의 주요 원인인 탄소를 배출한다. 그중 커피는 생산에서 소비까지 생각보다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커피 1kg당 탄소배출량은 17kg으로 식품 중에서는 쇠고기와 양고기, 치즈, 초콜릿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다. 커피는 생산지와 소비지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대표적인 작물이다. 산지에서 운송해와 불로 커피를 로스팅하고 물을 끓여 추출하는 과정에서 커피는 상당한 양의 탄소를 배출한다. 에스프레소 한 잔당 280g의 탄소를 배출한다. 승용차 1대가 1km를 달릴 때, 149g의 탄소를 배출한다. 커피에 우유를 넣어 라테를 만들면 탄소발자국이 2배로 증가한다, 최근 온난화로 더 이상 커피 재배가 불가능해진 지역이 증가하면서 더 높은 고도로 커피 경작지를 옮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위해서는 탄소 흡수원인 숲을 베어내야 한다.


  커피 산업에서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방향이다. 첫째, 커피 생산자들이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월드 커피 리서치(WCR)은 전 세계 커피 산업의 연합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할 신품종 연구와 과학적이고 지속 가능한 영농 기술을 보급하고 있다 이 밖에도 다양한 NGO와 프로젝트는 커피를 가공하는 데 필요한 물 사용량을 줄이고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오수를 정수 처리 후 하천으로 흘려보내는 설비를 보급하고 있다.


  둘째, 온난화의 주범인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다. 커피 체인 전반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부터 에너지 소비를 절감하려는 노력까지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탄소중립 커피라는 인증이 도입되었다. 커피를 산지에서 수입할 때 배출한 탄소발자국을 측정해 그만큼의 탄소를 흡수할 나무를 심는 방식이다. 이는 삼림 조성을 통해 탄소를 낮추고 기후변화를 저지하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은 효과가 즉시 나타나지 않는다. 품종 개발에는 10~30년의 세월이 걸리고, 물 사용량을 줄이고 오수 처리 설비를 갖추는 데는 산지의 소규모 생산자들이 감당하기에 부담스러운 비용이 들어간다. 결국 시간과 비요의 문제, 더 구체적으로는 그것을 누가 얼마나 부담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다.


  최근 유럽의회는 삼림 벌채에 연루된 커피, 고무, 목재의 수입을 막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새 법안은 EU 시장에 판매하려는 제품이 2020년 12월 말 이후 삼림 벌채를 통해 전용된 농지에서 생산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이를 통해 무분별한 삼림 파괴를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니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지구환경을 주도적으로 파괴해온 것은 소위 선진국이고, 지금도 선진국의 탄소배출량이 커피를 재배하는 개발도상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반면에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농업 비중이 크고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 집중되어 있다. 기후 변화를 저지하기 위한 노력은 전 지구적이어야 하지만 그 비용과 현재의 개선 방안이 개발도상국에 큰 부담이 되고있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을 파괴하는 주범은 선진국 기반의 다국적 기업이다.


  미국의 한 스타트업은 대체 커피를 출시했다. 치커리 뿌리, 대추씨, 포도 껍질, 해바라기씨 껍질, 수박씨 등 버려지는 식물을 사용해 커피 맛과 비슷한 음료를 개발한 것이다, 이 회사는 자신들의 대체 커피가 일반 커피에 비해 물 사용량은 94%, 탄소배출 양은 93% 적다고 광고한다. 나도 마셔봤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아픙로 커피 생산량이 줄어들어 가격이 급등하고, 대체 커피 제조 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미래에는 지금과 다른 커피 세상이 펼쳐질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본다. 영화 <설국열차>에서 꼬리칸 사람들이 음식이 아니라 단백질 바를 먹은 것처럼, 미래의 보통 사람들은 저렴한 대체 커피를 마시고 상류층만 값비싼 진짜 커피를 마시게 되는 것은 아닐까?





커피의 대안이 있을까?


  가끔 농담처럼 인류 역사상 지금처럼 고품질의 커피를 다양하고 저렴하게 마실 수 있었던 적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거라고 말한다. 요즘 스페셜티 커피로 알려진 고품질 커피는 일반 커피에 비해 더 좋은 자연환경과 품종, 섬세한 재배 및 가공 기술을 요구한다. 지금의 기후 변화는 이 모든 토대를 뒤흔들고 있다. 세계 스페셜티 커피 협회(SCA)에서는 스페셜티 커피의 정의를 지속적으로 개정해왔다. 최근에는 기존의 품질 관련 요소에 흥미로운 부분을 추가했다. 지금까지는 소비국에서 음용 품질을 중심으로 스페셜티 커피를 정의했다면 이번에는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을 더했다. 커피 산지의 지속 가능성 없이, 좋은 품질과 커피의 미래는 있을 수 없다는 의미다. 이게 맞다.


  나는 커피 마시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가끔은 커피가 마주한 위기와 불편한 진실에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커피 한잔 마음 편하게 마시면 안 되나? 사실 어떻게 해야 할지도 막막하고 내가 일회용품 조금 덜 쓴다고 기후변화를 막는 데 효과가 있을까, 어느 세월에 바뀔까 생각한다. 그러다 커피잔을 앞에 두고 다시 생각해본다. 이걸 앞으로 못 마시게 되는 날이 올 수 있다니, 아무리 맛있어도 왠지 대체 커피는 마뜩잖다. 별수 없다. 즐거운 마음과 조금의 귀찮음으로 일상의 커피를 지키는 수밖에, 우유 대신 대체 우유로 만든 라테를, 일회용품과 포장재를 덜 쓰고, 쓰레기 분리수거 잘하고, 조금 더 걷고, 에너지 아끼고, 이 밖에도 더 많은 수익이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스페셜티 커피를 소비자가 구매하면 커피 생산자는 자기 커피밭과 주변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해 더 실질적인 개선책을 고민하 룻 있다. 앞에서 언급한 월드 커피 리서치나 친환경 활동을 펼치는 단체를 후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는 내가 마시는 맛있는 커피를 오래, 그리고 우리 다음 세대도 맛볼 수 있었으면 한다. 도저히, 커피를 끊을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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