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LIBRE

October 2022

ISSUE #48

 열 세살

커피를 좋아하면 생기는 일

좋아하는 감정이란 무엇일까요? 에디터가 좋아하는 가수 아이유는 평소 잠들기 어려웠던 지난 밤을 생각하며, ‘그대가 평안히 잠을 자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요. 아, 다른 건 몰라도 좋아하는 대상이 ‘커피’면, 도무지 잠을 잘 잘 수는 없을 거 같은데 큰일이네요. (웃음) 

올 10월은 커피 리브레가 탄생한 지 13주년이 되는 달입니다. 커피를 좋아하다 못해, 자신 있게 미쳤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모인 회사에는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이번 10월 호에는 커피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리브레가 해온 일들과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누구보다 많이 만나고 다니는 도매지원팀의 이태성 대리님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좋아하면 알아가고 싶잖아요. 커피 리브레를 알아가고 싶은 이들을 위해 오늘도 꾹꾹 눌러 담아보았습니다. 즐겁게 읽어주세요.

커피가 사라진다면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상상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찜해둔 원두가 다 팔렸을 때? 좋아하는 카페가 문을 닫는다고 했을 때? 아니 그보다 이제 커피가 지구에서 사라졌을 때? 

얼마 전 미국에서 ‘원두 없는 대체 커피’가 출시되었습니다. 푸드테크 스타트업체가 치커리 뿌리와 포도 추출물 등으로 커피 맛을 구현해 낸 ‘분자 커피’인데요. 커피가 사라진 미래에도 커피 음료를 즐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주목받고 있습니다. 커피가 사라질 미래라니. 비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듯하지만, 다이렉트 트레이드 13년 차인 리브레는 매년 산지와의 소식과 업데이트되는 뉴스를 받아보며 심각성을 체감하고 있답니다. 이번 호에는 지속가능한 커피에 대해 생각하며 그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리브레가 해왔던 일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다음 세대를 위한 커피 한 그루

커피는 농산물이기에, 병충해와 기후 조건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요즘처럼 기후 문제가 심각해지고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농부 개인이 외부 요인을 통제하고 품종과 재배법을 연구하기란 쉽지 않은데요. 그래서 등장한 월드 커피 리서치(World Coffee Research)는 커피 생산자들이 처한 상황에서 가장 알맞은 커피를 찾는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입니다. 정보가 힘이 되는 시대에 검증된 오픈 소스는 커피나무 종사자들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커피 리브레는 2018년에 후원 회원이 되어 WCR의 다양한 연구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제 다지역 품종 테스트에 참여해, 여러 산지에 심은 35가지의 커피 품종 퀄리티를 심사했으며, WCR에서 발간한 품종 보고서와 연례 보고서 등을 한국어로 번역해 국내에 소개하는 작업을 꾸준히 함께해오고 있습니다. 커피나무 한 그루의 수명이 평균 30년이라는 걸 생각해본다면 지금 심는 나무는 다음 세대에게 보내는 약속과도 같습니다. 지속가능한 커피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고 조금 더 나은 결정을 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농부들의 지속가능한 삶

커피의 미래를 생각한다는 것은 커피의 시작점에 있는 생산자들의 삶을 살피는 일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의 삶이 지속가능할 때 좋은 품질의 커피도 재배될 수 있으니까요. 그런 마음을 바탕으로, 인도 아라쿠 농부들과 커피 리브레는 깊은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아라쿠 커피가 지금처럼 알려지기 전인 2011년부터 젬스 오브 아라쿠(Germs of Araku) 커피 옥션의 국제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아라쿠 커피’가 세계적인 브랜드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왔습니다. 농부들이 삶으로부터 길어낸 커피를 소개하는 일은 설레는 동시에 책임감도 따릅니다. 로스팅과 판매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물론 매년 아라쿠를 방문해 아라쿠 농부들의 자녀들이 다니는 여학교 후원을 이어오는 이유기도 하죠. 서른 명에서 시작한 후원은 매년 늘어 어느덧 사백 명으로 수가 훌쩍 늘어났습니다. 농부들의 지속가능한 커피 경작을 위한 커피 리브레의 후원은 앞으로도 지속될 예정입니다. 

커피 한 잔 인터뷰: 리브레 사람들 

커피가 좋아서 연남점 원두 샵 오픈,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도매까지 연결되어 타 카페도 저희 리브레 원두를 경험할 수 있게 되었죠. 그 타이밍에 리브레와 인연이 되었고 커피가 좋아서 일이 생겼다는 도매 지원팀의 이태성 대리님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어떤 일을 하시나요?

도매 지원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태성이라고 합니다. 커피 리브레의 원두를 공급받아서 사용하는 업체들의 원활한 커피 추출을 위해 여러 기술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도매팀이라 리브레 원두를 사용하시는 고객님과 가장 많이 만나실 텐데요, 기억에 남는 고객님이나 업체가 있을까요?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얼스어스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제로웨이스트 카페로 일회용을 안쓰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테이크아웃 컵, 빨대, 냅킨, 포장 용기 등을 안 쓰시고 번거로운 포장법을 실행하고 계셔서 인상 깊었습니다. 얼스어스의 케이크 꼭 드셔보세요. 정말 맛있습니다!

본인이 리브레에 있으면서 제일 뿌듯했을 때가 언제인가요?

뿌듯한 적은 많았지만 요즘 들어서 제일 기분이 좋을 때는 거래처에서 ‘리브레 원두를 사용하고 나니 맛있다, 고객님의 반응이 좋아졌다’라는 내용을 직접적으로 들었을 때인 것 같습니다.

듣기론 바리스타로 일하셨다가 도매팀으로 직무가 바뀌셨다고 들었어요. 

사실 어떤 큰 계기가 있기보다는 당시 도매 지원팀에서 충원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매장에서 고객에게 맛있는 커피 한 잔을 소개하는 것과 카페 사장님들에게 커피를 소개하는 게 큰 범주에서는 다르지 않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임했습니다. 저희 팀은 직무가 영업보다는 '기술 지원' 위주로 집중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맛있는 커피 한 잔이 내려지기까지의 다양한 부분을 지원해드리고 싶은 제 적성에도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직무를 바꾸고 난 후 달라진 점이나 소감 등을 알려주세요.

직무가 바뀌긴 했지만 결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커피를 매개로 바리스타는 최종 전달자라고 생각하는데요. 도매 지원팀은 바로 이 최종 전달자가 우리 커피를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제가 바리스타로 일했던 경험이 참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도매팀은 커피 리브레의 커피와 리브레라는 회사를 알리는 중요한 미션을 수행하고 있는 팀 같습니다. 커피 리브레의 홍보대사로서 커피 리브레 원두를 사용하면 좋은 장점! 어필 좀 부탁드립니다.

장점은 당연히 품질입니다. 다이렉트 트레이트를 통해 들여온 커피를 높은 퀄리티 기준으로 로스팅하여 납품 드리기에 품질 관련해서는 자신 있습니다.

리브레 도매 지원팀에서 근무하기에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이 있을까요? 직무를 희망하는 분에게 알려줄 수 있는 팁이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고리타분하게 얘기하자면 도매 지원팀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추출이나 위생 쪽에 깊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화 또는 방문해서 소통하기 때문에 응대나 상대를 공감하면서 대화하는 자세도 중요하겠네요. (물론 커피 관련 지식을 아는 것도요.^^:) 마지막으로 저희 원두를 사용해주시는 분들에게 커피 리브레에 대한 소개도 해야 하기에 본인이 속한 회사에 대한 이해도 또한 많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커피 리브레의 숨은 장기근속자 중 한 분인데요. 이번 생일도 함께하는 소감을 말씀해주신다면요?

스물 셋. 국방의 의무 마치고 나서 로스터리 샵에서 바리스타로 경험을 쌓고 그 해 연말에 리브레로 왔습니다.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커피에 대한 막연한 관심 하나로, 유명 스페셜티 커피 업체를 열심히 찾아봤던 게 아마 시작이었던 거 같아요. 제가 커피에 대해 지향하는 요소들이 이상적이었는데 그것을 실현하는 회사가 바로 리브레였습니다. 커피를 좋아하다 보니 업으로 삼게 되었고 이곳에서 일한 지 벌써 7년이 다 되어갑니다. 그러고 보니 제 20대를 리브레와 함께했네요. 이번 호의 주제를 빌어 말해본다면, ‘아, 내가 커피를 좋아해서 일이 생겨버렸구나’ 하는 깨달음이 드네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