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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66, Everyday is Women's Day

작성자 커피 리브레(ip:)

작성일 2024-03-11 16: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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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MONTHLY LIBRE

April 2024





ISSUE #66

Everyday is Women’s Day







기대와 다른 이번 호



돌이켜보면 누구도 여자라서 할 수 없는 일이 있다고 저를 가로막진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여자라는 사실이 제 가슴을 찌르던 순간은 분명히 있었죠. 그건 내가 여자라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부담일 때도 있었고, 내가 여자라서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는 낙담일 때도 있었습니다. 드러내놓고 남녀를 가르지 않는 시대, 나를 가로막는 것은 무엇일까요?

커피 업계 최전선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여성의 역할을 고민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IWCA (국제여성커피연맹) 본부의 커스틴, 한국 지부의 나연 씨, 엘살바도르의 마리아입니다. 이메일을 통해 커피 체인에서의 여성을 물었습니다. 여성이 꿈을 펼치기엔 장벽이 아직 많다는 답변을 은근히 기대했는지 모릅니다.

기대와는 조금 다른 답변을 받아 이번 호 어떻게 써야 하지, 막막했단 사실도 미리 고백합니다. 이내 이들의 답을 긍정하게 된 것은, 그 고민의 끝에 내가 사랑하는 커피와 걸어가야 할 길이 놓여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얘기 여기 아니면 또 어디서 하겠냐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이번 호도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빵과 장미



1908년 미국 뉴욕의 루트커스 광장에서 여성들은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빵은 남성에 비해 적은 임금을 받던 여성들의 생존권을, 장미는 노동조합 결성권과 참정권을 의미했죠.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커피 체인의 여성들에겐 빵과 장미가 필요합니다. 경제적으로 더 많은 성취가 필요하고, 이들의 목소리가 업계에 반영되도록 애써야 하죠. 저절로 쥐어지는 것들은 아닙니다.

시작은 더 많이 벌고 더 크게 말하려는 자신의 욕망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무엇이 나를 가로막고 있었는지 알게 되지요. 커스틴이 바라본 커피체인은 여성이 자원을 구하기도,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어려운 구조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조금 더 벌어보려고 하는 게, 조금 더 목소리를 내려고 하는 게 대단한 욕심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가끔은 욕심내는 것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IWCA는 생산자 네트워크를 조직해 여성이 리더십을 수행하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생산자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을 배우려는 생산자를 지원하고, 대출이 어려운 생산자에게는 허들이 낮은 소규모 대출을 지원합니다. 이런 경험들은 여성 생산자가 더 쉽게, 더 많은 것을 꿈꾸게 하죠. 이들에게 커피는 단순한 농작물이나 음료가 아닌 자신을 성장시키는 매개체입니다.







인간의 완성



기나긴 커피체인, 누군가는 커피 생산 그 자체를 즐깁니다. 가공 과정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생두 영업, 패키지 디자인에 몰두하는 사람도 있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지식을 쌓고 기술을 익히는 일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은 물론, 스스로 삶을 꾸려나가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자신만의 전문지식을 쌓는 한편 커피체인이 잇는 넓은 세상을 바라보게 하니까요.

나를 다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일. 우리의 오랜 친구 마리아는 이를 두고 ‘인간의 완성’이라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인간을 완성하는 것은 저마다 다르다’고 덧붙였지요. 단순히 더 나은 커피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커피 체인에 종사하는 여성이 커피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알고, 그 열정에 걸맞은 전문성을 획득하는 게 중요하다면서요.

완성에 이르기까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이라는 것도 강조합니다. 동기를 가지는 것부터 나의 노동이 내 삶에 도움이 된다는 직접적인 효능감을 느끼는 데까지 하여간 교육이 중요하지 않은 순간이 없다고요. 겸손하게,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을 즐기고 가능한 모든 것을 주위 어른에게 묻고 배우라는 것이 다음 세대의 여성들에게 보내고 싶은 마리아의 연대입니다.








함께 성장하는 일



한국은 IWCA 챕터 중에는 38번째, 소비지 중에서는 6번째로 IWCA에 가입했습니다. 한국 챕터를 설립하는 일은 코로나 시기에 진행돼 모든 것이 막막했지만, 막상 첫 삽을 뜨니 여성 생산자를 후원하고 산지를 후원하는 일에 많은 업계인과 소비자가 공감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요. 한국인의 커피 사랑이 이미 세계에 알려진 덕에, 한국 챕터 설립이 많은 해외 지부의 환영을 받았다고도 합니다.

지금 한국 챕터가 관심을 가지는 일은 여성 노동자와 생산자의 차이에 관한 것입니다. 산지에서 여성의 위치가 그저 커피를 수확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의 유통 과정에서 여성의 역할이 미미하다는 문제의식을 느꼈습니다. IWCA 한국 지부가 수행하는 여러 프로그램은 여성 생산자가 시장의 반응을 체감하게 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쌓아 노동자가 아닌 ‘생산자’로 거듭나게 하는 일입니다.

소비자는 어떻게 산지의 여성들과 연대할 수 있을까요? 나연 씨는 한 알의 커피가 소비지에 도착하기까지, 그 커피가 산지에서 어떻게 생산됐고 그 안에서 여성 생산자와 여성 노동자는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관심을 두는 것부터 이야기했습니다. 생산지와 소비지가 함께 성장하는 일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뜻을 모은다면 우리의 동반성장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면서요.







연결



인터뷰이들은 여성이니까 막연한 혜택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상황은 분명히 나아지고 있다고요. 예를 들어 마리아는 '엘살바도르에서는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임금을 받는다'고, 나연 씨는 한국 커피 시장은 다른 산업군 보다 남녀의 동반성장이 잘 실현되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죠.

그렇지만 산지에는 아직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중남미에는 장작으로 불을 때 요리하는 집이 많고, 독한 장작 연기를 마셔 호흡기 질환에 고통받는 여성이 있습니다. 실내 요리를 통한 호흡기 질환으로 매해 410만 명이 조기 사망합니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를 생산하는 여성들이 겪는 일입니다.

커피리브레는 2023년 7월부터 TWP(Trees, Water and People)의 탄소 상쇄 프로 그램에 참여해 각 가정에 직화 대신 쿡 스토브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배기관을 설치해 공기 오염에 따른 건강 문제를 개선하고, 탄소 배출량도 50~70% 감축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우리의 세계는 그물망처럼 얽혀있고, 커피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것들이 결국은 커피로 이어집니다. 커피를 향한 우리의 마음이 곧 여성을 향한 우리의 마음이고, 여성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곧 커피를 향한 우리의 관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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