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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소개] 까뚜라 vs. 까띠모르

작성자 커피 리브레(ip:)

작성일 2022-02-15 12: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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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까뚜라 대 까스띠요, 스페셜티 커피 세계의 패러다임 전환기 속 작은 딜레마 


2015 SCAA 심포지엄에서 마이클 쉐리던은 커피 세계의 새로운 골칫거리(?)였던 주제를 언급한다. 당시로부터 5여년 전, 콜롬비아는 총 생산량 감소를 감수하면서까지 자국의 커피나무를 병충해에 강한 신품종으로 대부분 갈아 엎는 대역사를 거의 완료했다. 콜롬비아에게는 참으로 다행이었던 것이, 불과 수 년 뒤, 중남미 전역, 특히 중미 커피 재배지에는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변종으로 여겨지는 커피 녹병이 창궐했고, 과거 coffee crisis 때처럼 커피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 사회는 다시금 붕괴했지만, 콜롬비아만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2015년 시즌에 콜롬비아를 제외한 중남미 커피 산업은 녹병 피해에서 겨우 몸을 추스리는 정도였고, 시장에는 콜롬비아 산 신품종 커피가 가득했다. 이러한 전례 없는 상황은 세계의 커피 구매자들에게 충격과 당황스러움, 그리고 이제 직면할 수밖에 없는 숙제를 남겼다. 궁극적으로는 그것은 로부스타에 대한 인식이었다.


2000년대 콜롬비아가 선택한 신품종은 까스띠요라 불린다. 이 품종은 커피 녹병에 대항하기 위해 당시까지 알려진 방법 중 가장 확실한 선택지인, 로부스타의 유전자를 품었다. 이는 위험도가 충만한 선택이었다. 이미 시장에는 로부스타 유전자를 품은 커피 품종이 있었고, 이들은 상당 기간 냉혹한 평가를 받았다. 소위 까띠모르라 불리는 이들 품종은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티피카-부르봉 기반의 아라비카 계통에 비해 향미가 떨어진다고 알려졌고, 이는 '로부스타의 피'를 받은 품종 모두에 대한 선입견으로 이어졌다. 까띠모르는 갖은 선택을 거친 육종의 결과물이지만, 어쨌든 로부스타의 피가 흘렀다. 과연 이들이 84점을 넘길 수 있을까? 시장에 살 거리가 이들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살 가치가 있을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마이클 시베츠가 자기 시대의 커피가 맛이 없다라고 개탄한 이래, 고품질을 지향하는 이들은 당시의 주류 커피가 가진 문제에서 벗어나고 커피에 새로이 좋은 인식을 부여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이들은 오래된 커피를 과감히 버렸고, 보다 우수한 원재료를 탐색했다. 그 와중에 불행히도 완전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한 가지 정보가 퍼졌으니, 그것은 아라비카가 로부스타보다 향미가 우월하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 주류 커피 업계는 공급가격에 따라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비율을 임의로 바꾸었고, 이는 아라비카 - 그 중에서도 고품질 상품만을 사용하는 스페셜티 업계가 자신을 알리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였다. 소비자들도, 업계도 무척이나 간단한 구분에 만족했다. 학계도, 비록 소수는 떼루아와 처리 수준에 따른 차이를 지적하긴 했지만, 이러한 인식을 그대로 소개글에 담았다. 그렇게 인식된 것이 반 세기를 넘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애써 모른체 하던 과제가 닥친 것이다. 다른 나라도 아닌 콜롬비아가, 제일의 아라비카 공급국이, 이제 로부스타 계통이 섞인 커피를 공급하고, 업계에서는 이를 팔아야 하는 것이다!


쉐리던은 누차 강조한다. 여기서 발표하는 실험은 샘플량에서부터 결과치 모두에 이르기까지 결코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은 아니라고. 그럼에도 그는 말한다. 까뚜라 대 까스띠요에서 특별한 승자는 없다고 말이다. 세계의 저명한 커피 바이어들 - 그들은 과학자는 아니지만 단 한 마디 말이라도 스페셜티 커피 세계에서 충분히 통할 것이다. - 이 평가한 결과가 그랬다고. 그들의 생각하는 배경 인식 또한 통상의 커피인들과 다를 바 없지만, 평가 결과도, 바이어들의 선호 면에서도, 까뚜라와 까스띠요는 차이가 없다고 그는 말한다. (다만 맛 방향성은 달랐다고, 끝머리에 그는 부연한다.)


그렇기에 까두라 대 까스띠요는 한편으로 다행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떨떠름하다. 이는 경제적인 문제(분명히 최근 중미에서 겪었거니와 까뚜라로는 앞으로의 녹병을 절대 이기지 못한다.)를 넘어선, 스페셜티 커피 산업 참여자의 태도에 관한 것이다. 그들은 아라비카와 로부스타에 대해 최소한 수 천 번 말해 왔고 품질에 대해 누구보다도 자가 세뇌되었다. 이 주제는 어쩌면 자기 긍지이자 자부심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때는 그렇고 지금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주제는 이제 스스로의 용기에 대한 내용이 되었다.  


사실 까뚜라 대 까스띠요는 앞으로 커피 세계에 불어닥칠 격변을 감안하면 찻잔 속 태풍일 것이다. 본 심포지엄에서 불과 7년 뒤, 우리는 생존 자체를 걱정할 만큼의 위기 상황을 접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지구 온난화는 돌아올 수 없는 지점을 넘어갔다고 한다. KEW의 아론 데이비스가 좋은 시나리오에서도 야생 커피는 이번 세기 안으로 멸절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 불과 몇 년 전이다. 기상 이변과 재배지 환경 변화, 그리고 인적 요소의 변화까지 커피 산업은 변화를 강요받고 있다. 물론 인간 찬가를 노래하는 입장이라면, 그 어떤 상황에서든 인간은 길을 찾을 것이다. 그러나 길을 찾아내는 것과, 그 길을 걷는 것은 다르다.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것은 자기 세계를 깨트리는 고통을 필요로 한다. 우리에게는 이를 감수할 용기가 필요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ibnTZD2Zqss


Michael Sheridan | A Simple Question: Caturra or Castillo?


연사 마리클 쉐리던은 오랫동안 카톨릭 구호단 소속으로 전세계 커피 재배지에서 활동했다.

현재 인텔리젠시아 커피에서 생두 공급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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