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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57, Adios, Dongjin

작성자 커피 리브레(ip:)

작성일 2023-06-23 11:3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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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MONTHLY LIBRE

July 2023





ISSUE #57

Adios, Dongjin







잊혀지는 것들에 대하여




동진시장이 문을 닫는다. 연남점도 자리를 옮긴다. 더 넓고 쾌적한 공간으로 자리를 옮기니 그리 슬퍼할 일이 아니라고 스스로 다독인다. 변하는 것은 없다. 우리는 커피를 판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일이다. 어설픈 애수에 젖을 때는 성시경의 <잊혀지는 것들에 대하여>를 내내 듣는다. 우리 상황과 꼭 들어맞는 곡은 아니지만 곡이 수록된 앨범의 제목, ‘다시 꿈꾸고 싶다’ 는 마음에 박힌다. 동진시장이 문을 닫는다. 그렇지만 다시 꿈꾸고 싶다. 동진시장이 부서진 자리엔 아마 높다란 건물이 들어설 것이다. 서울의 오래된 습관이다. 시바는 파괴와 재생의 신, 시바신 이마의 주름은 불멸의 영광을 의미한다던가. 주름은 깊어지고, 건물은 허물어지고, 마천루는 드높다. 넘치도록 많은 사랑을 받았던 동진시장의 연남점은 이제 불멸의 기억으로. 우리는 또다시 나아간다. 떠난 자리에도 무언가 돋아나기를, 시바여.





The Beginning




돈이 없었다. 그래서 인테리어를 못 했다. 연남점이 들어서기 전 그곳엔 중국 별점을 봐주는 점집이 있었다. 벽지를 뜯어내고, 다시 벽지를 바르기보단 그대로 두는 것을 택했다. 한 켠의 한약방 서랍은 경동시장에서 중고로 사왔다. 연남점의 상징 같은 자개 테이블도 길에 버려진 것을 주워와 다리를 단 것이다. 그게 연남점의 시작이었다.

생각이 아주 없던 건 아니었다. 삐까뻔쩍한 인테리어보다 있는 그대로 시장과 어우러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게 11년을 갈 줄은, 빈티지라는 이름으로 유행할 줄은 점쟁이도 몰랐다. 커피가 현대인의 약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한약장을 가져왔고, 그 무렵 지었던 원두 구독 프로그램의 이름도 ‘장복’이 됐다. 세월은 모두를 변하게 하고 그때의 마음은 희미해져 우리는 제법 모던한 매장도 가지고 있다. 그래도 ‘커피는 약’이라는 생각은 변함없다. 

그렇게 연남점이 시작되었고, 많은 사람이 아꼈고, 이제는 새로운 곳으로 이전한다. 11년 동안 이것저것 다 해보았으니 좋은 터가 아닐 수 없다. 이곳을 찾았던 모든 이에게, 또 우리의 보금자리였던 동진시장에 감사함을 전한다.





Hi, New Yeonnam




새로운 연남점은 본사 근처다. 2층 주택을 개조했다. 한 층은 25평 남짓이다. 대형 카페가 많아진 요즘 넓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전 연남점을 떠올리면 괄목상대다. 1층의 절반 이상은 바 공간인데, 그동안 좁은 곳에서 분투했던 바리스타들이 조금 더 여유 있게 음료를 만들 수 있길 기대한다. 

하겠노라 약속드리고 미진했던 배리어 프리(장애인, 아동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물리적, 제도적 장벽을 허무는 일)도 미약하게나마 실천할 수 있게 됐다. 연남점 1층은 아동과 장애인의 리브레 이용을 고려했다. 1층엔 휠체어가 넘나들 수 있도록 턱을 없앴고,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따로 마련했다. 이곳에서는 부모가 아이의 기저귀를 갈 수도 있다. 물론 여전히 부족하다. 하지만 작아도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영혼과도 같았던 한약방 서랍은 1층에 자리 잡고, 그림 네 점도 2층에 다시 걸어둘 생각이다. 마당엔 반려동물 음수대가 있다. 우리는 여전히 모든 반려동물을 환영한다. 또 뭐가 있을까, 달라진 것은 수백 가지요, 같은 것은 한 가지다. 우리는 커피를 판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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