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리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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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60, 14th

작성자 커피 리브레(ip:)

작성일 2023-09-26 11:2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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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MONTHLY LIBRE

October 2023





ISSUE #60

14th







A message from Peru



“좀 더 다듬어 볼까? 결국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얘기하려는 거잖아. 우리 고생한 얘기는 비장하거나 길면 안 돼. 리브레도 그럴 때가/경우가 있었구나 웃고 넘어가면 돼. 그게 독자에게 위로나 안도가 되면 좋을 듯. 우리가 지금까지 즐겁고 감사한 항해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생산자와 고객, 우리 자신에게 감사함을 전해보자.” 9월은 리브레 직원들 모두 숨 가쁘게 바쁜 달이었습니다. 연남점을 이전 오픈했고, 추석 블렌드를 비롯한 여러 신제품을 런칭했습니다. 아직 알려드릴 수 없는 좋은 소식 두어 개를 준비하고 있고, 산지에서 생산자가 방문해 공장과 매장을 둘러보기도 했죠. 머리는 빙빙 돌았고 처음으로 월간 리브레 마감 기한을 놓쳤습니다. 급하게 작성한 첫 월간 리브레 10월 호는 어둠의 기운이 가득했습니다. 무조건 한 번에 컨펌 받아야 해! 하는 생각으로 정신없이 초안을 썼고, 당연히 다시!를 통보받았습니다. 그때 받은 대표님 메시지가 위의 메시지입니다. 다시 써야 한다는 사실이 조금 좌절스러웠지만, 이제는 뭘 써야 할지도 알 것 같습니다. 진창에서 열심히 헤엄친 우리에게 건네는 박수와 손 내밀어주신 분들에 대한 감사입니다.





그땐 그랬지



그렇습니다. 간판 올리기 전부터 사기를 당했습니다. 지금 시세로도 꽤 비싼 로스터기였습니다. 당연히 그만한 돈 없었습니다. 인터넷에 검색했습니다. 해외 중고로 나온 것이 천만 원쯤 했습니다. 사기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당연히 알았고, 그게 우리 일이 될 것이라곤 생각 못 했습니다. 돈을 보냈고, 물건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렇습니다. 그게 우리 일이었습니다.

그 시절엔 굳이 산지까지 비싼 돈 들여가서 홀대받고 오기도 했습니다. 지금보다 더 못 벌던 시절이었습니다. 돈 앞에서 모두가 공평합니다. 가까이서 온 아미고든 멀리서 온 아미고든 없어 보이면 땡입니다. 우리는 주로 없어 보이는 편이었습니다. 험지까지 땀 흘리며 갔더니 여러모로 터무니없는 샘플만 보여주었고, 개중 어렵게 예약한 생두를 우리 대신 우리보다 더 크고, 더 유명한 업체에 더 비싸게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밖에 샘플과 전혀 다른 퀄리티의 생두가 온다거나, 하루아침에 월세를 두세 배 올려달라는 말에 매장을 급하게 정리했던 일, 로스팅이 되지 않아 3천만원 어치 커피를 버린 날, 하루아침에 역병이 창궐해 대표님이 귀국을 못했던 적도 있습니다. 어쩐지 잘못 한 일들만 나열한 것 같아 민망해지지만 돌아보니 남는 기억은 다 조금 멋쩍고 부끄러웠던 기억들. 그렇지만 그런 하루도 무사히 잘 넘겨왔다는 게 때로는 우리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됩니다.





감사한 이야기



커피에 관한 일이라면 정말이지 작은 일 하나 호락호락한 법이 없었지만, 기쁜 일은 생각보다 별거 아니란 듯이 찾아왔습니다. 올해는 8년째 적자인 핀카 리브레가 기대 없이 참여한 니카라과 CoE에서 8위를 거머쥐었고, 연남점이 더 넓고 쾌적한 공간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오랜 세월 함께한 본사도 건물을 이전할 계획입니다.

돌이켜보면 모든 것이 물 흐르듯 찾아왔습니다. 흔하지도 않은 신 커피를 팔겠다고 나섰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고, 굳이 산지 커피를 직수입하겠다고 나섰는데 아무것도 없는 저희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준 생산자가 있었습니다. 계획해서 찾아오는 경사도, 계획해서 대비되는 날벼락도 없었지만 감당 못 할 고난도, 감당 못 할 횡재도 없었습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14주년을 맞았습니다.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오면서 고생하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웃어넘길 만합니다. 부끄러운 시절의 이야기지만 이 이야기가 리브레도, 다른 사람도 이런 일이 있었구나 하고 위로가 될 만한 이야기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정말로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모두 생산자와 고객분들 덕입니다. 리브레 구성원들에게도 감사함을 전합니다. 아무튼 아름다운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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